이 날 한라산 등반은 평생 못 잊을 날이다...
윤희 녀석이 혼자 떨어져 정상까지 가는통에 난 1600m 고지부터 꼭대기까지
내리 뛰어 올라갔다. 비 바람이 심해서, 언니 오빠들이 휴식을 하는 틈에
내처 오르다 일행과 떨어져 혼자 올라가고 있다는 소리에 놀란 탓이었다.
부랴 부랴 뛰어 오르면서 위에서 내려오는 등산객들에게 아이의 인상착의를
물었는데... 별 다른 이야길 듣질 못했고, 더욱 불안해진 나는 그 빗속의 험한 산길을
계속 뛰어 올랐다.
한참을 뛰었을까...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오르는 도중, 거의 윗오름새의 대피소
부근에서 한 꼬마아이가 내쪽으로 걸어 오고 있었다...
그 아인 온통 젖어 있었고... 날 보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
윤희를 보고 처음 내 마음속에 들어온 생각이다... 난 가슴이 다 타버린것 같았는데...
윤희를 와락 안고... '괜찮니?' 물었는데...
이녀석... ' 응.. 왜?' 이러는 것이었다.
그 후 이녀석 태도가 많이 변했다. 한라산 등반이후 같이간 언니 오빠에게 은근히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고, 강한 어조로 주장하고, 시쳇말로 엉기고,개기고....^^
난 이녀석이 참 자랑스럽다.
잔소리 한마디 안 해도 늘 알아서 잘 생활해 주고, 학업도 뛰어나고
늘 많은 독서로 사려깊은 녀석...선생님들께 늘 귀염받던 녀석...
이녀석... 인도에서도 잘 할거다...
윤희야 사랑해.
큰 녀석은
그녀석은 생각하면, 눈시울이 먼저 뜨거워진다..
늘 아빠를 우선 생각해 주고, 과연 이녀석이 어린 애인가 .. 할 정도로
사람에 대한 배려가 깊다...
나 때문에.. 친구와 노는 것도, 자기 하고 싶은 것도 많이 제한 받았어도..
동생을 돌보아야 하고, 집안을 챙겨야 한다는 알게 모르게 어린 가슴에
각인되어 있는 장녀로서의 의무를
이 녀석... 말 없이 참, 잘도 지켜 주어 왔다...
많은 말이 필요 없이... 승희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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