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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의 화초.

Memory

by liaison 2003. 12. 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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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부쩍 자란 그 행운목
                           



우리 사무실에는 관상용 화초가
몇 그루인가 있다
한 그루는 늘 햇볕이 잔잔히 비추이는 창가에,
그리고 한 그루는 출입구 도어 앞에 두었다.

오늘 보니 창가의 따뜻한 햇볕을 늘 곁에 두고 있는
한 그루는 잎이 푸르고 이 겨울에 연두빛 새 잎새까지
틔우고 있었다.

도어 옆의 행운목은 지금 보니 천장까지 자란키에
또 새 잎이 나와서 천장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멍하니 그 나무 끝과 천장을 번갈아 쳐다 보고 있는데,

그 순간 후배 여직원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천장 때문에 키가 못 자라고 있어요...'

난 그 잎이 천장을 간지럽히고 있다고 느꼈는데,
그 후배는 천장 때문에 키가 못 자라고 있다고...

난 그 이야길 듣는 순간 정수리가 뜨끔했다.

같은 장면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음을... 내가
자주 망각하는 것은 아닌지.. 정말, 놀랄 일도 아무 것도 아닌데...

회사내의 사람들은 때론 같은 곳을 바라보며, 때론 전혀 다른 곳을
향하여 걸어간다. 
그것은 어느 곳에서 어떤 유형의 만남을 가져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왜 나는 타인의 마음에서 내 반영을 읽으려 하는 것일까?
왜 그런 마음 씀씀이를 습관화 해 버린 것일까?

판단의 기준을 내 가슴에 맞추어 두면 편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서서히 굳어 내려 가는 석회 동상처럼 머리부터 회백색 무감각으로
단단히 무장되어 가다가,

결국의 시간의 바람에 먼지로 흩어지는
그야말로 먼지와 같은  미진한 조각조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서러움을 맛 보아야할 지도 모르겠다.

때론, 화초가 고생않고 커 나갈 수 있도록 천장에 구멍이라도 내어야 할 것 같다.


Dec.02. 2003.


겨울에 돋은 초록 새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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