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태생의 영국 감독 마이클 두독 드 비트(49)의 단편 애니메이션 '아버지와 딸'(2000년作) 8분30초짜리 이 작품은 지난 8월 말 일본 히로시마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와 관객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캐나다 오타와.프랑스 안시.크로아티아 자그레브까지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를 사실상 평정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아카데미 상(단편애니메이션 부문)까지 거머쥐었다. 이밖에 시나니마.홀랜드.영국 필름아카데미어워드 등 크고 작은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를 휩쓴 것은 물론이다. '아버지와 딸'은 국내에서도 2000.2001년 연속으로 부천 국제 대학생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PISAF)에 초청돼 관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모았던 작품이다. 도대체 왜 이 작품에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것일까!!
연필과 목탄을 이용해 수묵 담채화풍으로 그려낸 이 작품에는 대사가 없다. 대신 '다뉴브강의 잔물결'을 비롯한 슬라브 민요풍의 구슬픈 아코디언 음색이 보는 이들의 가슴 속을 파고든다. 어찌보면 뻔한 얘기를 가지고 사람들의 가슴 속에 감동의 파문을 일으키는 감독의 연출력은 돋보인다.
지난해 안시 페스티벌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두독 드 비트는 '갈망과 이별, 그 뒤의 결합은 내 작품의 공통된 주제'라며 '어릴 적 살던 시골의 풍경을 떠올리며 부모를 보고 싶어하는 아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갈망하는 것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와 중국의 붓글씨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며 '다음 작품은 붓글씨에서 아이디어를 딴, 좀 더 추상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1978년 영국 웨스트서리 예술대에 입학해 첫 작품 '인터뷰'로 자신을 알린 그는 80년 런던에 정착한 뒤 네슬레.하인즈.켈로그 같은 대기업의 광고를 만들며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수많은 상을 받았다. 작품으로는 '톰 스위프(Tom Sweep.92)'를 비롯해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후보에 올랐던 '승려와 물고기(The Monk and the Fish.94)', 30분짜리 TV스페셜 프로그램인 '그레로의 아이(L'enfant au Grelot.97)'등이 있다. 현재 전세계 순회 강연을 하면서 광고 제작, 어린이책 삽화그리기 등을 하고 있다. [작품설명中 발췌]
아버지와 헤어진 딸의 기다림을 연필과 목탄의 부드러운 선으로 그려낸 '아빠와 딸'(Father & Daughter). 소녀에서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도록 번번이 자전거를 끌고 이별의 장소로 가는 딸의 애틋한 그리움이 대사없이 간명한 그림체와 명암, <다뉴브강의 잔물결>등 서글픈 슬라브 민요풍 멜로디를 타고 가슴을 파고드는 이 작품은 상영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결국 단편부문 대상에 관객상까지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