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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펌] 우리동네 맛집

The taste of others

by liaison 2008. 7. 23.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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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입니다. 
(원문 http://blog.daum.net/kori2sal/5252101)


 

수지에 사는 여자친구 집에 놀러 갔습니다. 전에 이사할 때 도와주고 처음 오는 거니까 이제 2번째인데요. 이사할 때 여자친구 원룸 앞에 있는 파스타 집을 눈여겨 봤었습니다. 그 때는 문을 안 열어서 먹어보지 못했는데요. 여자친구 왈,

 

'그 이후로 자주 보는데, 손님이 매일 한 명도 없더라!'

 

...얼마나 맛이 없길래 손님이 없을까?...라는 마음도 들었지만, 왠지 그런 구석진 골목에 있기에는 가게 이름이 '라 빠스테라(LA PASTELA)', 너무 본격적인 겁니다. 게다가 가게 이름 써놓은 간판이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가게 치고는 너무 본격적인 거에요. 그래서 궁금해서 한 번 들어가봤죠.

 

 

 

 

들어가는 순간 40대 후반~5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가 반겨주시는데요. 이 아저씨 말씀하시는 화법이 너무나 럭셔리한 거 아닙니까...저도 꽤 다양한 사람들을 취재해봤었는데요. 이 아저씨의 말투는 어디 럭셔리 오디오 매장이나 오페라 극장 같은데 지배인이나 쓸 것 같은 화법을 구사하시더라고요.

 

'이거 뭔가 심상치 않은데...'

 

 

그리고 벽을 봤더니...액자가 여러 개 걸려 있는데요.

요리사로 생각되는 안경 쓴 아주머니께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함께 어깨동무 하고 찍은 사진,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과 나란히 찍은 사진, 그리고 이탈리아 대사랑 찍은 사진 등이 막 걸려 있는 겁니다.

 

'여기 사실은 되게 유명한 집 아냐?'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 앉았는데, 탁자 위에는 일반적인 음식점과는 달리 잡지들이 놓여 있는데요. 그 잡지가...

 

The Music

 

...아니 왜 이런 잡지가 놓여 있지? 그리고 그 이외에도 뭔가 본격적인 문화 잡지들이 함께 있는 겁니다. 그런데...식탁에는 그 흔한 식탁보도 안 깔려 있고, 유리 한 장만 탁 깔려 있고요. 의자는 커피점 야외 좌석에나 쓸 것 같은 간이 의자가 놓여 있는 겁니다. 거기다가 메뉴판이...

 

 

 

 

뒤에 자석 달린 배달 홍보용 메뉴판

 

인 겁니다. 뭐...뭐지 이 언밸런스는...?

 

그런데...아저씨에게 물을 달라고 했더니 미안하다면서 물을 갖다 주시는데요. 그 물이 나오는 게 무려,

 

 

종이컵

다 먹은 폐허....자세히 보세요. 종이컵 보이시죠?-_-

 

뭐....뭐지 이 가게는?

그래서 다시 가게를 둘러봤죠.

 

 

 

 

 

아니, 인테리어가 본격적인데!?

그런데 왜 종이컵에 물이?

메뉴판은 왜 자석 붙은 배달용 메뉴판이?

왜 식탁보는 없는 거지?

의자는 왜 간이 의자인거야?

 

그런데 음악은 너무 본격적으로 선곡된 곡들이 나오는 겁니다.

뭔가 심한 언밸런스함에도 불구하고 맛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메뉴를 보고 음식을 시켰죠.

그래서 나온 게...

 

 

 

 

 

이런 것들이 막 나온 겁니다.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버섯이 직접 석쇠에 구운 거야!!!

...그런데 저기 썰어 넣은 마늘도...불에 직접 구웠어.

 

그리고 해산물 파스타에 들어간 조개가 전부 달라...

 

'도대체 왜 이렇게 본격적인 거지? 종이컵은 대체 뭐였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맛을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맛도 본격적인 겁니다!

굉장히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미금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20분 들어와서 로열스포츠센터라는 이상한 역에 내려서는 거기서도 눈에 안 띄는 언덕 위쪽의 골목에 들어가면 중국집 옆에 있는 파스타집에서는 나와서는 안 될 너무 본격적인 맛이 나오는 것 아닙니까.

제가 워낙에 이탈리안 요리를 좋아해서 국내의 유명하다는 가게들은 섭렵을 하고, 일본에서도 유명하다는 가게는 거의 섭렵을 했는데요. 한국 일본을 통틀어서도 베스트 5에 주저 없이 넣어줄 맛이 이런 엉뚱한 곳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피자도 시켜봤습니다. 한참을 기다려서 나온 피자...여친이 먹고 싶다고 해서 스위트포테이토 피자를 시켰는데, 아저씨가 극구 만류를 하면서 다른 피자가 더 맛있다고 하는 겁니다. 아니 이 아저씨는 왜 시킨다는데 말리지?...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가장 제철인 피자를 추천하려고 하시는 것이었더라고요. 아무튼 피자가 나왔는데요. 이 피자도 너무나도 본격적인 겁니다.(피자는 첫날 저녁에 먹어서 미쳐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이틀 째 점심에 먹은 음식들만 찍었어요.ㅜㅜ)

피자 치즈가 이미테이션이 아닌 진짜 모짜렐라 치즈였고, 거기에 맛을 내기 위해 여러 종류의 치즈를 배합했더라고요. 게다가 피자 바닥에 하얀 가루가 손에 뭍어나더군요... 이건 제가 일본에서밖에 못 경험해봤던 건데 말입니다.

 

아니 도대체 피자도 왜 이렇게 본격적인거지?

 

아무튼 맛있게 파스타를 먹고 있는데 이번에는 아저씨가 서비스라면서 커피를 가져 오시는 겁니다.

그런데 커피잔이 뭔가 범상치 않더라고요. 그리고 커피잔을 내려놓으시는데 커피 위에 생긴 거품의 색깔과 모양이 범상치 않은 겁니다.

 

 

 

저는 커피를 매우 좋아하는데요. 커피를 제대로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이 사진을 보시고 감이 오실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저 거품은...드립도 아니고, 프레스도 아니고, 분명히 에스프레소거든요. 그런데 기계식 에스프레소는 저런식의 거품이 만들어지지 않거든요. 게다가 커피 바닥에 가라앉은 약간의 찌꺼기들...'설마 이거 직접 프라스코에 구워서 만든 진짜 에스프레소 모카 아니야?'라는 생각에 아주머니한테 물어봤는데요. 마지막까지 만드는 방법은 비밀이라고 안 가르쳐주시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또 맛이 너무 본격적인 겁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아니 왜 이렇게 맛 있는 커피를 끓일 수 있는데, 파스타집을 하고 있지? 아 파스타도 맛있지...'

 

커피를 다 마시고 나니까 여자친구가 핫쵸코를 마시고 싶다고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또 믿고 핫쵸코도 시켜봤어요. 그랬더니...

 

 

아니, 대체 왜 핫쵸코까지 이렇게 본격적인거야!!

 

핫쵸코 믹스로 만든 게 아니라, 진짜 핫쵸코가 나오는 게 아닙니까.

아저씨가 말씀하시길,

 

'쿠키도 직접 만들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티라미스 케익을 시켰더니,

 

'아무도 찾으시는 분이 없으셔서, 준비를 안 해놨어요.'

 

그러면서 애절한 이야기들이 시작되었는데요.

저 위에 있는 본격적인 이탈리안 커피를 지금까지 딱 4명이 시켰다고 합니다.

티라미스 케익은 정말 맛있게 하시는데(너무 간단한 거라서 만들기 쉬우니까...라고 하시네요.) 지금까지 러시아 사람이 딱 한 번 시켜서 그 때 이후로는 만들어보질 못했다고 하시는 겁니다.

핫쵸코는 저희가 처음 시킨 사람이었고, 가게에는 아무도 시켜본 적 없는 메뉴가 수두룩 하더군요.

 

결국 어쩔 수 없이 배달 피자를 하시는데요. 이 배달 피자도 동네의 5000원짜리 저질 피자집들에 밀려서 그다지 장사가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참고로 말씀드리는데, 피자는 절대로 한 판에 5000원의 가격에는 만들어질 수가 없습니다. 한 판에 5000원이 가능해질려면, 토핑이 아예 없거나 치즈가 이미테이션이어야만 가능합니다.-_-) 결국은...음식은 너무 맛이 있는데 위치도 이상하고, 홍보는 안 되고, 물은 종이컵에 나오는...그런 가게였던 것이죠.

이 가게의 파스타 맛은 앞서 언급했듯이 크림 파스타 기준으로는 제가 섭렵했던 한-일 파스타집 중에서도 베스트 5 안에 들어가고요. 피자는 일반 식당에서는 여기보다 더 제대로 이태리식으로 하는 곳은 못봤을 정도네요. 거의 일류 호텔급. 그리고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전부 직접 만드는데요. 그래서 음식의 맛에 전체적으로 자극이 좀 부족합니다. 이런 점은 좀 감안을 하셔야 합니다. 자극이 강하다고 좋은 맛은 아니거든요. 이 가게처럼 자극 없이 제대로 맛을 내야 진짜로 맛 있는 거죠. 아저씨의 말이 더 인상적인데요.

 

'자기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만들면 맛 있을 수밖에 없어요.'

 

2007년의 대한민국에서는 찾아보기 매우 힘든 마인드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오로지 맛에만 치중하신 나머지...다른 모든 것이 부족합니다.

우선 이 가게는 위치가 매우 안 좋습니다. 안 그래도 찾아가기 힘든 용인 수지에 있는데, 그나마도 너무 눈에 안 띄는 골목 구석에 있습니다.

그리고 메뉴판 하나 제대로 분위기 있는 것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거기다가 물컵은 종이컵...

홍보도 제대로 되질 않고 있는데요.

맛있는 가게가 망할까봐 계속 찾아와서 먹어주는 손님들이 좀 있어서 유지만 되는 것 같더라고요.ㅜㅜ

 

파스타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한 번씩 가셔서 먹어보세요.

저런 곳에 있기에는 너무 본격적인 맛이라니까요.

 

찾아가는 방법은 내일 여친님께 물어보고 다시 올리겠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요 5500번 버스나 1550번 버스 등을 타고 용인수지의 '로얄스포츠센터' 역에 내려서 가게에 전화를 거는 것이죠. 아니면 처음부터 전화를 걸어서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와인을 가져가시면 추가 요금 없이 잔도 빌려주신다니까, 저희 와인 멤버들끼리 모여가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_^

 

 

다 먹고 돌아와서 좀 지나니까 친절하시게 이렇게 감사의 메시지까지 보내주시더라고요.

정말 이 가게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ㅜㅜ

이렇게 본격적으로 맛에 집착하는 가게 너무 오랜만에 봅니다. ㅜㅜ

손님이 너무 없어서 몇 달 못 갈 거 같아서 불안해요. ㅜㅜ

 

 

[SONY ] SONY DSLR-A100 (1/50)s iso100 F5.6

 

 

 

 

 

 

 

 

 

 

 

그러나, 홈페이지는 아직 공사중...ㅜㅜ

 

 

전화번호는 031-896-0660 입니다.

그리고 약도입니다.

 

꼭 전화해서 위치 물어보고 가세요.^_^



[PENTAX Corporation ] PENTAX Corporation PENTAX K10D (1/30)s iso640 F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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