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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농담.

Monologue

by liaison 2006. 10. 1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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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TAX Corporation ] PENTAX Corporation PENTAX K100D (1/125)s iso200 F8.0



정말 우습게도 말입니다...
남에 의해서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기쁜거있죠..
내가 내 존재를 자주 망실하다가
타인의 말 한마디에 이런 내가 세상에 실존하고 있구나.. 하고
깜짝 놀라서 화장실로 가서 거울의 내 모습을
한 번 더 쳐다 보며, 조목조목 확인합니다.

사십을 넘어 살아 오면서 얼굴 구석 구석
혹은 몸매를 비추어 보며,
어디가 흡족한지 어디가 실망스런지...
새삼 살펴도 봅니다.

예전에 어머니가 내게 '똑똑바' 라는 말을 합디다..
뭐예요 그게? 하고 여쭈었더니..
똑똑한 바보 랍디다...
웃고 말았지만... 80이 다되어가시는 어머니 눈에
제가 얼마나 똑똑한 척하는 바보 같아 보였으면,
그러셨을까요...

세상엔 제 눈에도 '똑똑바'가 많더군요...
아무리 제 잘난 맛에 사는 세상이라도, '겸허함' 이나
좀 숙일 줄 아는 지성인.. 자연스레 그립습니다..

요즘은 일 때문에 사람을 많이 만나고,
사람과 대화하는 일에 많은 시간과 애를 씁니다.
앞에 있는 사람이 아무리 내 기준에 떨어지거나 높아 보이거나,
좀 유치해 보이거나 고매해 보이거나...
이젠 그 그림을 슬쩍 지워 봅니다..
나를 상상하는 거죠. 저 사람 눈에 비친 나.
'똑똑바' 아닌가?

어머니.

나 똑똑하고 싶지도 바보가 되고 싶지도  않네요.
단지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믿고, 그 사람에게 믿음이 가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혹 그 사람이 세치 혀의 기술로 나를 우롱하여도,
내가 되 받아 그러고 싶지 않고, 그냥 그 사람을 멀리 두고 변화를 살펴보며,
내 입김과 느낌을 강요하지 않는...

내 가슴에 믿음이 가는 사람으로 오랫 동안 기억되어 지는 몇몇 사람.
그런 사람이 나도 되어야 겠죠..

어머니의 농담이 절 조금 더 생각하게, 그리고 현명하게 해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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