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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新귀족 ‘노블레스 노마드’ 소유는 가라! 경험만이 자산

The taste of others

by liaison 2006. 9. 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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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귀족 ‘노블레스 노마드’ - 소유는 가라! 경험만이 자산

당신은 누구신가?

 출처 : 월간중앙 http://magazine.joins.com/monthly/

 

▶디지털 노마드족은 디지털 기기로 무장한 도시 유목민으로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외부와 접촉한다.

“가지려는 욕망은 삶의 종말”

맥도널드가 버거킹이 아닌 웰빙 트렌드를 새로운 경쟁자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전개하는 것처럼, 이제 명품 자동차 페라리, 명품시계 태그호이어도 경쟁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부의 척도는 ‘소유’에서 ‘경험’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추세다.

기업들이 이러한 추세를 놓칠 리 없다. 그들은 마케팅 개념을 세울 때 경험이나 체험이라는 의미의 단어를 반드시 챙긴다.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흐름을 선도하는 이들을 ‘노마드’ 혹은 ‘노블레스 노마드’, ‘신(新)귀족’이라고 부른다.

노마드란 초원에서 이동하며 사는 유목민을 뜻한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에 의해 발의된 노마드의 생활철학 ‘노마디즘’은 그의 연구를 이어받은 후학들에 의해 “기존의 가치와 삶의 방식을 부정하고 불모지를 옮겨다니며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일체의 방식을 의미하며, 철학적 개념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의 문화·심리 현상을 설명하는 말”로 쓰인다.

노마드에 이어 디지털 문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디지털 노마드’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이 말은 30년 전쯤에 이미 세상 빛을 본 것이어서 놀랍다. 미디어학자 맥루한이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이면서 전자제품을 이용하는 유목민이 될 것이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지만 어디에도 집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 것. 프랑스 사회학자 자크 아탈리도 저서 <호모 노마드-유목하는 인간>을 통해 “21세기는 디지털 장비로 무장하고 지구를 떠도는 디지털 노마드의 시대”라고 규정함으로써 노마드 유행에 불을 질렀다.

노마드 혹은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는 이미 일상생활에 만만찮게 뿌리내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자유와 개방, 홀가분하고 쾌적한 삶을 추구하는 노마드족이 늘고 있으며, 이들의 유목 성향이 21세기의 주도적 소비 흐름이 되고 있다”고 당시의 소비시장을 분석했다.

분석의 배경에는 신용카드시장의 확대, 패스트푸드와 테이크아웃 음식점의 확산, 휴대전화 판매량의 급증과 부가 서비스 이용 증가, 자동차 운행 중 위치와 도로 안내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텔레매틱스 서비스 확대 등이 지표로 작용했다.

노마드의 라이프 스타일을 다룬 국내 첫 저작물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 노마드>를 쓴 손관승 씨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면서 불가피하게 삶의 방식과 경향이 노마드적 삶으로 변화했다”고 진단하고 아날로그 시대가 토지·노동·자본이라는 유형의 자산 시대였다면 디지털 시대는 지식·기술·정보라는 무형의 자산 시대라고 정의한다.

1. 노블레스 노마드, 누구인가?
일도 여가처럼, 직장에서도 휴가지처럼

2004년 출간된 책 <미래는 불면증에 걸린 좀비들의 세상이다>에서 저자 마티아스 호르크스는 21세기는 ‘차별화와 혁신’의 속도가 부가가치를 만드는 지식경제사회가 될 것이고, 이 사회에서는 ‘프리랜서’ ‘취미노동자’ ‘텔레노동자’와 같은 다양한 ‘직업유목민’이 경제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책이 나온 후 2년이 지난 지금, 적어도 이 부분에 관한 그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았다. 노마드를 아우르는 개념이면서 가장 새로운 경향인 ‘노블레스 노마드’들은 생존이나 휴식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일 자체가 취미이고 취미가 곧 일인 ‘취미노동’의 시대를 산다.

그들에게 직장은 휴가지나 다름없고, 집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에게는 어디서 일하느냐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일의 성과요, 그 일을 얼마나 즐기면서 할 수 있느냐다.

▶매사에 창의적이다

노블레스 노마드들은 창의적이다. 일하는 방식, 여가를 즐기는 방식, 네트워크 안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방식 등 삶의 전반에 걸쳐 그들의 삶은 언제나 아이디어로 빛난다. 특히 그들의 창의성이 두드러진 분야는 여행이다. 그들은 이미 수많은 사람을 통해 검증된 여행 코스는 가지 않는다. 아니, 가더라도 남들과 같은 여정, 같은 방법으로는 가지 않는다.

그들의 여행 목적은 관광이 아니다. 그들은 낯선 곳의 여행을 통해 자기를 성찰하고 내재한 기질을 찾아낸다. 여럿이 떼로 몰려다니지도 않는다. 대신 혼자 호젓하게, 가족끼리 오붓하게 몇몇 지인끼리 조용하고 창의적인 여행을 즐긴다. 그 과정을 통해 여느 사람들은 꿈에서도 생각하기 어려운 여정을 즐기고 체험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평생에 걸쳐 해보고 싶은 꿈이 이들에게는 일상이다.

▶개인의 행복 추구가 우선

남부럽지 않게 성공한 어느 컨설턴트가 한 휴양지 마을에서 일광욕 중이었다. 그의 곁에서는 마을 어부가 고기를 잡고 있었다. 직업의식이 발동한 컨설턴트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좀 더 열심히 하면 훨씬 성과가 좋을 텐데….”
어부가 되물었다.
“성과가 좋으면 뭐가 좋은데요?”
컨설턴트는 한심한 듯 대답했다.
“성과가 좋으면 돈을 많이 벌고, 돈을 많이 벌어 투자하고 벌만큼 벌면….”
어부가 말을 자르며 물었다.
“그 다음에는요?”
이렇게 무식한 사람이 있나 싶은 마음에 컨설턴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다음에는 좋은 곳에 가서 쉬면서 사는 거지요.”
어부가 말했다.
“나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데요?”

이야기 속의 어부처럼 노블레스 노마드들은 세상이 혹은 타인이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성공보다 스스로 흡족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더욱 즐긴다. 파울로 코엘료의 첫 소설 <순례자>에 나오는 이 구절을 그들은 실천하며 산다.
“충만하게 즐기는 것이 삶의 목적이다.”

▶인문학적 소양이 깊다

‘표 갤러리’ 표미선 대표에 따르면 최근 화랑가에서는 100만 원 선에 거래되는 신진 작가의 작품이 곧잘 팔린다. 이 새로운 구매층은 재테크를 위해 컬렉션을 하는 기성세대가 아니다. 이들은 예술품으로 선물을 주고받고, 결혼 예단 품목에 브로드웨이 뮤지컬 티켓을 넣는다. 신혼집 분위기에 걸맞은 그림을 그때그때 임차해 걸고, 모처럼 일요일 소문난 갤러리 레스토랑에서 작품도 관람하고 멋스럽게 점심도 먹는다.
“그저 돈이라는 1차원적 의미의 재산 형태가 아니라 더욱 높은 차원의 재산 가치를 따질 줄 알게 된 현명한 사람들이지요.”

표 대표는 더욱 폭넓어진 범위에서 새로운 비교 대상을 찾아내 논리적으로 그들의 소유를 결정한다고 설명하는 이들이 새로운 개념의 귀족-노블레스 노마드인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노블레스 노마드들도 명품을 좋아하지만, 자신의 필요에 의해 구입한다는 점에서 소유욕에 사로잡힌 일부 명품족과 차이가 있다. 경찰에 압수된 중국산 가짜 명품 시계들.


노블레스 노마드가 CEO인 회사들은 회식이나 여가문화도 남다르다. 그들은 판에 박힌 술과 노래방 중심의 회식문화를 사양하고 영화나 뮤지컬을 단체로 관람하거나 해외 리조트로 스킨스쿠버 교육을 받으러 전 직원이 몰려간다. 이런 회사에서는 기존의 가부장적 조직문화를 경험하기 힘들다.

명품이나 그에 준하는 물건이 아닌, 현재 자신이 감흥을 느끼며 문화적 코드를 향유할 수 있는 또는 향후 투자가치로 판단될 수 있는 예술작품을 사는 사람들…. 노블레스 노마드들은 문학과 역사와 철학·예술·스포츠에 이르기까지 그 의미와 진수를 만끽하며 르네상스기의 작가들처럼 산다.

2. 소유 대신 경험
가지는 것은 종말… 임대 비즈니스 각광

중국에서 제조한 제조원가 10만 원 남짓한 손목시계를 최고 1,000만 원이 넘는 고액에 팔아치운 사기단이 구속됐다. 연예인을 포함한 지능적 판촉에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들이 걸려든 것.

노블레스 노마드들도 명품을 좋아한다. 자신만의 안목으로 자신의 필요에 의해 선택한 것들이다. 비싼 것을 소유하고 과시함으로써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이들에게는 없다. 대신 이들이 열중하는 것은 몸소 체험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들이 돈을 쓰는 기준은 명품이다 아니다, 누가 먼저 가졌는가, 남들이 알아줄 만한가, 이런 것도 아니다. 요트를 갖고 싶다면 그동안 모은 돈을 다 털어 산다. 주위의 비난 따위는 가진 것을 자랑하는 것만큼이나 의미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사는 일이 과소비나 낭비일 수 없다. 이들은 오히려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가치도 모르면서 남들의 눈을 의식해 비싼 것을 사들여 놓고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것이 바로 과소비요, 낭비다.

아이들을 교육할 때도 가능한 한 많은 곳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 주는 것을 1차 목표로 삼는다. 노블레스 노마드에게서 비로소 소유는 종말을 맞는 것 같다. 주택도 자동차도 정수기도 비데도, 이들은 ‘내 것’을 만들어 쓰기보다 필요한 만큼 쓸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임대 비즈니스는 노블레스 노마드족이 늘어나는 만큼 호황을 이룰 비즈니스로 점쳐지고 있다.

▶언제든 떠난다… 준비 완료

언뜻 노블레스 노마드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매우 강해 새로운 곳에 적응하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어려운 사람들로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다. 일에서 일로,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이들은 기득권을 버리고 그 자리에 열정을 채운다.

이들은 배가 항구에 묶여 있으면 가장 안전하지만 배는 출항을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안다. 위험할 수도, 도태될 수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가정에서 시작하는 그 두려움은 손바닥만 한 기득권에 의지하여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더 심하다는 것도 그들은 안다.

낯설다는 것이 오히려 이들의 걸음을 재촉하는 촉진제다. 묵은 가치에서 새로운 가치로, 김 빠진 열정에서 새로운 열정으로 이들은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멈추는 곳이 어디든 집중하고 열중한다.

3. 상품가치 뛰어난 지식사업가
연줄은 가라! 생각·지향점 같으면 형제다

노블레스 노마드의 라이프 스타일을 살아내는 사람들은 지금 그리고 이후 경쟁사회가 원하는 창의적 핵심 능력을 가졌다. 그들에게 창조는 습관이다. 무형의 아이디어를 상품이나 서비스로 만들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과 실행력, 이것을 받쳐주는 인적 네트워크를 그들은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한마디로 지식사업가이며 기존 질서를 파괴할 만큼의 ‘괴물스러운’ 창조력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노블레스 노마드들은 자신의 가치를 확실하게 분석하고 상품화할 줄 안다. 이들은 <잡 노마드>에서 사회학자 군둘라 엥리슈가 밝힌 것처럼 과거 유목민의 기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결핍을 극복하는 능력, 본질에 집중하는 힘, 풍부한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술,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 뿌리와 날개를 동시에 지니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감성의 인적 네트워크

이들 능력의 총체적 힘은 자신의 노동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힘이며 신경제의 리더 잡 노마드는 한 명의 사장 밑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사장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직업의 세계에서는 자유만이 진정한 안정을 보장해 주는 길임을 보여준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노블레스 노마드를 점점이 연결하는 인적 네트워크의 연줄은 학연이나 지연, 혈연이 아니다. 노정에서 만난, 생각이 같고 지향점이 같은 사람이 이웃이고 형제다. 이들은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같음을 거부한다.

상대의 고유한 라이프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문화는 공유한다. 노트북과 인터넷으로 어디서든 언제든지 필요할 때 서로 연결한다. 서로의 집-홈페이지를 방문해 상찬(賞讚)을 아끼지 않는다. 또 의기투합하면 가까운 곳에서 만나 얼굴을 비비며 포도주를 기울인다.

노블레스 노마드의 인적 네트워크에서는 여자들이 더욱 우세다. 디지털로 무장한 지식사회라는 이름의 고속철도에 올라탄 21세기는 여성의 섬세함과 자상함이 무기가 되는 시대다.

<우마드 womad>(삼성경제연구소)라는 책에서 저자 김종래 씨는 “지금까지 자신을 옭아맸던 농경 정착 마인드의 낡고 찌든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유목민의 디지털 개념, 정보와 속도를 중시하던 마음, 열린 세상을 향해 질주하는 여자들이야말로 거대제국의 주인 몽골인의 부활”이라고 선언한다. 노블레스 노마드의 인적 네트워크에서 여자들의 리더십은 폭발한다.
기획/글·송숙희_월간중앙 객원기자 (scarf94@naver.com[2006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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