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스크랩] 비밀 회의실

The taste of others

by liaison 2004. 3. 19. 21:24

본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회사 뒷문을 돌아나가면
비밀하나 자리잡은 조그마한 공간이 있지.
여름이 되면 가끔은 분수대도 작동되고
무엇보다 점심시간 이외에는 사람하나 보이지 않는다는것이
내가
그곳을 좋아하는 이유이지

오밀조밀 미팅룸에 모여앉아 홀짝홀짝 커피를 들이마시고
자리를 터는 우리네 인생살이가  돛단배
조각처럼 쓸쓸히 느껴지기도 해




  


하지만 그곳에 가면
메마른 땅위에도 잎들이 돋아나지.
동료의 넓은 아파트, 거듭되는 승진에도 아랑곳 없이
빌딩숲 사이로도 바람은 불어오지.





도심에 덩그러니 떠 있는 이 고요한 회의실에서
나는 수많은 상상을 나누곤 해.
천피스 조각퍼즐을 가방에 챙겨넣고
삼나무가 있는 푸른
섬으로 떠나는 상상,
시원한 셔츠를 펄럭 거리며 뭍에서 오는 친구를 마중나가는 거지.

새로운 회의실엔 신문도 라디오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존재하지 않아.
거기 있는 동안엔 내내 공기는 따사롭고
구름은 소리없이 느리게 흘러가지.









전화벨소리 가득한 사무실
'회의중이예요' 퉁명스런 말들이 오가는 사이,

'나도 회의하러 가야지..'

사무실 만큼이나 거대하고, 바람소리 절절하고
물소리 맑은 비밀 회의실로 떠나야겠다.




글.그림 : 김계희




music...  Alan Silvestri   'Forrest Gump Suite'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