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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내렸던 날.

Monologue

by liaison 2004. 12. 1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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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비 내린다

 

땅을 적시지 않고

내 발을 놓아 주지않고

신호등, 초록빛,

헐떡이며 바뀌면

그제서야

가야 할 길을 눈치채는 흐트러짐

 

한기가, 바짝 올린 코트 깃을

유린하며

빗방울과 함께 등줄기를

섬뜩 타고 내리면

늘 등에 지고있던 무거운 추억이

놀라 머리칼을 잡아 당긴다

 

꺾이는 목

새큰한 가슴

 

길의 지나온 끝은 되새길수록 희미하고,

내 모습은 그 길 섶에서 초라하고,

굵어진 빗 방울 소리도 땅을 적시진

않는다

 

작은 소녀가 물 웅덩이에

귀여운 발을 놀리며 집어 넣는다

커다란 물고기가 튀어 오를 듯

한 점이 세상 같다

 

후미진 골목의 눈이 의식을 누르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은빛 창살처럼

꽃혀 내리는 빗줄기

한 점, 내게로만 떨어지는 힘겨운 추락

 

겨울 비 내리는 거리엔 시간이 서성이다

노을 없는 밤을 맞는다

 

겨울 비 내리는 거리엔 19년전 흘렀던 노래가

다시 크게 흐른다

 

겨울 비 내리는 거리엔 내가 서있다 

 

겨울 비 내린다.

 

겨울 비

 

-겨울 비 내리던 어느 밤 일기장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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