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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항상..

Monologue

by liaison 2010. 3. 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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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불면의 밤을 넘어 새벽을 지나 아침을 마주하려 할 땐,

새로움을 알리는 빛의 어설픈 움직임, 

그리고 긍정적이여야 하는 일상,

또 내가 짓고, 표현하고 있어야하는 표정이 힘들 것 같아 지레 겁난다.

길에 깔아 놓은 하얀 늦겨울의 눈이, 새벽을 반사하는 안온한 시간

모든이들은 잠들어 있다고 상상하고, 혼자 마음껏 어둠과 고요를 즐긴다.

툭하면 옛날 사진을 들여다 보고, 갑자기 10년을 20년을 오가며

꽤나 푹신하게

그 시간을 즐긴다. 재주인듯 하다.

나이 때문인가?  세월 때문인가?  뭔가 의지 꺾인 미친개 처럼,

힘도 계획도 바닥난 건축설계가 처럼,

좋은 집도, 그에 따른 너르고 아름다운 정원도 그리고 그 정원에 흐르던 음악도 그냥,

 멈추었다.

생존의 의지와 삶과, 하늘과 땅과 그리고 서 있는  사람 하나,

온세상을 둘러 봐도 실존적 단 하나의 사람

주저 앉으면 다신 절대로 못일어 날 것 같은 위태로운 가느다란 고드름 하나를 가슴에 품어,

서늘한 해동으로 겨울 끝을 접고 있는 못난 초상화 하나가

이렇게 비 맞은 중마냥, 중얼 중얼 거리고 있다.

인생 이만오천날중 반이 훨씬 넘게 발행해 버린 부실채권같은 의미없는 숫자들.

새벽은 그런 약속과 사실을 더욱 심각하게 아프게 자극한다.

그래도 누가 뭐라는 사람들이 없으니 견딜만 하다.

사람들은 항상 어려운 숙제다.

누군가 좋은 약을 하나 가져다 주었으면 한다.

내가 소유한 줄 알았던, 이 뜨뜻 미지근한 가슴 속과

그리고 가차없는 기약과 엄정한 선들의 세계가

이젠 그만 날카로운 가시로 성장하지 않도록 

이제 그만 서로를 겨누도록,  아니, 차라리 내 신경을 무디게

하여 아무것도 못 느끼게 해 주는.

서서히 결말이 더러운

비극적인 성숙을 멈추어 줄 수 있는 그런  좋은 약을.

사람들은 항상 어려운 숙제다.


이젠 숙제 안 내줄 때도 되셨잖아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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