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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슬픔에 대한 단상

Monologue

by liaison 2003. 6. 2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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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것은 아름다운 꽃을 정말 아름답게 볼 수 있게 하는 일 같습니다.
늘 내 곁을 스쳐가던 4월의 도로 주변, 신록을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게 하는 거구요.
술이 날 이렇게 슬프게 하는 건 알콜이 나에게 망각과 위로를 주지 못하는
때문 이겠지요.
잊혀 져야할 때 잊을 수 있다면 너무 무미 건조 할까요?
무엇도 담아 둘 수 없는 가슴이 너무 슬퍼서,
그냥 음악을 듣고 아침 안개를 바라 보며 물가에 앉아 있습니다

사람이 너무 지치면 안되는 것 같아요
내 주위의 선한 사람들 까지 나로 인해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낚시 바늘에 무언가 걸렸나 봅니다. 술기운 가득한 내 손끝에서
삼미터쯤 저편의 삶에 대한 몸부림이 전해져 옵니다
그 심장의 박동은 물결로 이제 내 눈에도 보입니다.

새벽의 어수룩한 빛 그게 좋습니다
낮도 밤도 아님, 규명하기 힘듦.
우리들 하루하루를 그렇게 불투명한 빛깔로 잠든 사이
열어 보입니다

물빛에 비친 세상의 그림자가
조금씩 움직임을 바삐할 때
밤 새 이슬에 모르는 사이에 저리도 젖어 버린
가방을 멥니다
어깨에도 차가운 이슬의 느낌이
선명하게 무게 지워 집니다

돌아와 누운 내 방 파랑색 소파의 주변엔
익숙한 손놀림으로 금방 닿을 곳에 있는
담배, 불,그리고 리모콘과 추적거리는 권태.

커튼 사이로 들어 오는 햇빛과
고층 아파트 다운 풍경 에서는
방 구석에 폐인처럼 웅크리고 있는
내 모습에 대한 못마땅한 수근거림이 들리고
 
이젠 비난 받는 일 조차 익숙해진,
무감각한 눈 빛의 생명체가 줄을 당기며
살겠다고 발버둥입니다

운이 좋다면 나를 낚은 사람은
나를
어망으로 부터 풀어 주겠죠?

그리고 나는 내가 용을 써서
도망한 줄 알고

행복해 할 것입니다.
소름돋는 행복을
두고 두고 기억해 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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