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후배들과 술을 마셨다.... 역삼동엔 프라타나스 나무들 그리고 은행 나무들.. 비뿌렸던 거리에 낙엽을 잔뜩 흐트려 놓았다. 그 길이 좋아서 또, 취기도 누를겸 좀 걸었다. 취하면 길도 예뻐 보인다. 예전처럼 취한김에 사진도 좀 찍을 걸 ...
흐느적 거리는 인생처럼 지난 겨울 흑백 사진의 친구는 비틀거렸지..
술 자리에선 인생의 선배이자 삶의 선배, 사회적 Career의 앞선 자들은 한 마디씩 후배들에게 격려 및 애정의 辯을 늘어놓고, 그 말이 지겨울지 즐거울지 알수 없는 후배들은 경청했고... 나 역시 짧게 거짓말 몇 마디 했던 것 같고.. 그리고 자리를 옮겨 2차를 갔던가?...
10명이 앉아서 10명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찌 이렇듯 삶이 무력하고 재미없을까를 느낀다 그들과 나나 모두 마치 이렇게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을 쳤고 그리고 용을 쓰고 있는 듯 느껴지지 않는가... 내 꿈이 이런 삶이었는가? 그들의 꿈이 이런 삶이었는가?
마치 한 겨울 악만 남은 패잔병들이 모닥불을 피워 놓고 그주위에 둘러 앉아 남이 일으킨 전쟁의 모서리를 배회하는 듯 삶에 주제가 없어 보인다. 음악이 좋아서 듣는게 아니라 들리니 듣게되는 그런 현상처럼 삶이 있어서 걸어 갈 수 밖에 없어 보이는 처진 어깨와 늘어진 리듬...
알코올 대화는 그런 지친 그들을 더욱 피곤하게 했다.
저 가슴 깊은 곳의 서러움을 더 파헤쳐 적나라하게 그들의 눈 앞에 나열해 놓았다. 나는 그랬던 것 같다... 그것은 권태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던지는 조롱이고 따가운 채찍질이고 그리고 고통의 눈물 이었을 것 같아.. 알코올은 사람을 자꾸 이렇게 힘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