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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Monologue

by liaison 2004. 11. 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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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후배들과 술을 마셨다....
역삼동엔 프라타나스 나무들 그리고 은행 나무들..
비뿌렸던 거리에 낙엽을 잔뜩 흐트려 놓았다.
그 길이 좋아서 또, 취기도 누를겸 좀 걸었다.
취하면 길도 예뻐 보인다.
예전처럼 취한김에 사진도 좀 찍을 걸 ...

흐느적 거리는 인생처럼 지난 겨울 흑백 사진의 친구는 비틀거렸지..

술 자리에선 인생의 선배이자 삶의 선배, 사회적 Career의
앞선 자들은 한 마디씩 후배들에게 격려 및 애정의 辯을 늘어놓고,
그 말이 지겨울지 즐거울지 알수 없는 후배들은 경청했고...
나 역시 짧게 거짓말 몇 마디 했던 것 같고..
그리고 자리를 옮겨 2차를 갔던가?...

10명이 앉아서 10명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찌 이렇듯 삶이 무력하고 재미없을까를 느낀다
그들과 나나 모두 마치 이렇게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을 쳤고 그리고 용을 쓰고 있는 듯 느껴지지 않는가...
내 꿈이 이런 삶이었는가?
그들의 꿈이 이런 삶이었는가?

마치 한 겨울 악만 남은 패잔병들이 모닥불을 피워 놓고
그주위에 둘러 앉아 남이 일으킨 전쟁의
모서리를 배회하는 듯 삶에 주제가 없어 보인다.
음악이 좋아서 듣는게 아니라 들리니 듣게되는
그런 현상처럼 삶이 있어서 걸어 갈 수 밖에 없어 보이는
처진 어깨와 늘어진 리듬...

알코올 대화는 그런 지친 그들을 더욱 피곤하게 했다.

저 가슴 깊은 곳의 서러움을 더
파헤쳐 적나라하게 그들의 눈 앞에 나열해 놓았다.
나는 그랬던 것 같다... 그것은 권태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던지는 조롱이고 따가운 채찍질이고
그리고 고통의 눈물 이었을 것 같아..
알코올은 사람을 자꾸 이렇게 힘들게 한다.

참 힘들게도 한다...

다행히.. 그들은 내가 아니었고
난 그들의 가슴을 아직도 모른다.

그래서 안도의 한 숨을 내 쉬었다.

내가 세상에서 유리되었는지 내가 세상을 격리한 것인지

그것을 아직도 의심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Wishboneash -  Everybody need a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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