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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Monologue

by liaison 2006. 5. 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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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TAX Corporation ] PENTAX *ist DS (1/3333)s iso200 F2.0





아버지

오늘 아침은 유난히 햇발이 저 산 켠켠히
아름답게도 다가 옵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계절인데
당신은 그 우울한 침대에 종일
몸을 묻고 계십니다.

평소같았으면 벌써 이른 시각에
당신은 이미 잠으로 부터 깨어나셔서
습관처럼 래디오를 켜고 건강에 좋은
여러가지 운동을 하셨을텐데...

아버진 그냥 그렇게 말없이 누워 계시네요.

어제 저녁 면회 시간엔 아버지 여위여 가는 그 모습이
내 가슴을 너무도 서늘하게 베어서 아파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 듣고 계신 아버지 곁에서
죄송해요...

그래도..

한가지 큰 위안은 당신의 병실 침대 옆에
커다란 창이 변화 무쌍한 봄의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속삭여 주고 보여주고 있다는 거네요.

봄의 화려한 아침처럼, 그리고 아버지께서  제게 늘 보여 주신것처럼
강건하고 순수하신  그 마음으로 잠깐 충격에 빠진 육신을
천천히 움직여 일어나 주세요.  

제발 그렇게 해 주세요...

너무 죄송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게 고작...
이거네요.

제가 곁에서 도움이 되어 드릴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어젯 밤엔 제 꿈자릴 너무도 어즈러이 흔들어 놓아
불면의 괴로움을 맛보았습니다.

아버지가 겪고 계실 그 천분의 만분의 일도 안 될
고통에도 힘들다고 감히 한 숨을 토로하고 말았습니다...

어리석고 나약한 아들의 모습을 용서해 주세요.

아버지.

제가 늘 아버지 귓가에 속삭이죠?

'우린 할 수 있어요 아버지...'

일어나요.

아무 일 없으셨던 듯 오랜 침상의 먼지 훌훌 털어 내시고
래디오 켜시고, 그리고 발을 쓰다듬으시고 관자놀이에 지압을 하시며
그렇게 그렇게, 일상처럼 그 곳에서 돌아와 주세요.
더 먼 어두운 골로 들어서시지 마시고
돌아와 주세요....

아버지의 든든한 어깨에 손올리고 다시 한 번 온천 여행 가요 우리...

아버지

사랑합니다.

평생 한 번도 못 했던 이 말...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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