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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이 벤치위에 앉아 있다.

Monologue

by liaison 2005. 5. 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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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 E5700 (1/3)s iso223 F2.8




쟈크 프레베르-절망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광장의 벤치 위에
한 사람이 앉아
사람들이 지나가면 부른다
그는 코안경에 낡은 회색옷을 걸치고
짧은 여송연을 피우며 앉아
사람들이 지나가면 부른다
더러 손짓을 하기도 한다
그를 보면 안 된다
그의 말을 들어서도 안 된다
그냥 지나쳐야 한다
그가 보이지 않는 양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양
발길을 재촉해 지나쳐야 한다
그를 보든가
그의 말을 들으면
그는 당신에게 손짓할 것이고
당신은 그의 곁에 가 앉을 수 밖에 없다
그러면 그는 당신을 보고 웃음을 지을 거고
당신은 참혹한 고통을 받는다
그 사람은 계속 웃기만 하고
당신도 그처럼 웃게 되고
어김없이
웃을수록 당신은 더욱 고통스럽고
지독히도
고통스러울수록 당신은 더욱 웃는다
어쩔 수 없이
당신은 거기 벤치 위에
꼼짝없이 앉아
웃고 있다
아이들은 옆에서 뛰놀고
조용히
행인들은 지나가고
새들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가고
당신은 거기
벤치 위에
가만히 앉아 있다
당신은 안다 당신은 안다
이제 다시는 이 아이들처럼
뛰어놀 수 없다는 걸
이제 다시는 이 행인들처럼
조용히
지나갈 수 없다는 걸
당신은 안다
이 새들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갈 수 없다는 걸....


다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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