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어느 순간에서 였던가... 내 자신에게 가장 솔직했던 순간이 있었다.
허무한 불면의 밤들과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받아 드릴 수 없던 일들이 일어나고,
시련의 고비를 넘기고, 또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났을 때..
하얀 백지같은 날 본적이 있었다.
유약했던 날들이었다.
인생의 절반을 지나가고 있는 지금은
여유로운 교만이 가슴 속부터 배어나온다.
그럴싸한 포장으로 이 감정을 마치 남과 나를 구분하는
질 다른 인생관인양 착각하고 살기도 하고,
충만함이 없는 얄팍하고 폭좁은 세상에 대한 기만으로
적당히 때 묻고, 적절히 타협하는 내 뒷모습이
많이도쓸쓸하고 또 밉다.
치기어린 공격과 견고한 자기 방어로
샐 틈없이 못 난 나를 지켜 나가고,
무언가 어색한 진행은 모두 남의 몫이고 탓이다.
아... 너무도 오염되어 가고 있다.
한 번 정도는 다시 돗수 좋고 맑은 안경을 끼고 나를 찬찬히 바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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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주 힘든 일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모두 어렵다고 생각했던 일이었고, 나 역시 아주 힘든 일일것이라는 것은 알았다.
일을 하면 할 수록, 절망적인 일들만 벌어지고, 이 일로 인하여 나의 직장 마저
명예를 실추당할 위기 까지 놓여있다.
아니, 이미 처음 들어 본 심한 비난까지 상대는 내게 퍼붓고 만 상태이지만...
나를 믿어 주었고 일을 주었던 지인들 까지도
이젠 내게 본인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모두 담아내는 비난을 가한다.
슬펐다.
아직 난 막연하게라도 이 일이 잘 끝날 것이다라고 위로하고 있다...
그래야만 하고, 그렇게 믿는 것이 내 성격이었으니.
하지만, 너무도 많은 문제점과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나 이외의 후배 직원에게도
이 곤경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고 있다.
누구에겐가 비난을 받아 보면, 두 세가지 생각이 머릴 스친다.
비난하는 자의 코를 납작하게 할 만한 드라마틱한 반전의, 내 준비된 이유를 대거나,
수용할 수 밖에 없는 힘의 논리를 억울해 하는 것, 또한 모든 것을 집어 치워 버릴까 하는..
결코 표현도 할 수 없는 항거...
이러한 일련의 상상들이 정말 내 탓이 아닌 타인의 짐을 짊어 지므로서
겪어내야 한다면... 더욱 억울하리라.
안개속같은 이런 상황안에서... 밤 새 뒤척이고 뒤엉킨 머릿속을 추스려도, 역시 해결은 없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나의 모습은
아직도 해 보리라 하는 쥐꼬리같은 용기와, 할 수있다고 하는 근거도 없는 교만이 출렁인다.
당장 내일.. '모든 장비 철수하고, 계약은 파기 하며, 불이행에 따른 모든 (갑)의 손해를 (을)은
보상하시오...' 라고 선언 받을 지도 모르는데...
어쩜 그 불안감에 이렇게 잠을 못이루는지도 모르는데...
'넘치는 의욕, 딸리는 실력'
갑자기 그 분의 말씀이 생각난다... 부드럽게 웃으시며 의욕만 앞서던
6년전 내게 해주셨던 그 말...
오늘도 내 삶은 결국, '넘치는 의욕, 딸리는 실력...'
그래도 이런 날 미워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