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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나간 한 해를 기억하며.

Monologue

by liaison 2009. 1. 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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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2008년 이라고 이름 붙였졌던 한 해가 다 지났다.
그래도 365일의 시간이 한 해의 이름으로 지나쳤는데
아무 회고도 없이 놓아 버리는 것은 너무 억울한 듯 하다.
이런 글은 연필로 하얀 백지에 써 두고 비망록 사이에서
가끔씩 꺼내어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는 생각 참 자주 하는데...
내 나이 사십이 훌쩍 넘어 사십오세가 되는 이 해의 세상은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간 편지도, 친구로 부터의 우표가 붙은 우편물도
참 흔치 않은 세상이 되어 있다.

2008년 말에 나름 혼자 당찬 생각 하나를 했었다.
살면서 한 가지라도 감사를 드려야 할 친우나, 지인들에게
직접 손으로 쓴 카드나 편짓글 한 장을 보내 보려던...

물론, 해 내지 못했다. 뭐가 그리 바빴는지 모르겠지만, 내 일상은 또 다시,
다시는 못돌아올 2008년 세밑을 그대로 흘려 보냈다...
형식적인 짤막한 휴대폰 멧시지와 혹은 이메일 인사로 대신하며..

우습게도 작년 12월 중순경부터 해외의 업무관련 Supplier들에게는
한 해의 공적과 사업에 대한 감사의 연하장을 썼고, 그리고 송부했다.
즉 말하자면, 공적인 업무와 관련된 사람들에겐 서신을 내었고,
약 삼십매 가량의 카드를 한 장, 한 장 꽤 긴 감사의 글을 쓴 셈이다.
매 해 이어 지는 이 일이 내겐 참 참담했었다.

난 이 새벽 시간에 무척 허탈한 기분이다.
좀 더 시간을 잘 운영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또 좀 더 성의를 갖고
나를 있게 해준 많은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조그만 안부나마 전할 수
있었을 것을... 또 이렇게 지나간 한 해와 함께 작은 나 개인의 역사를 서툴게
슬며시 묻어 버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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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사십사년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기억을 되살려 보면 다섯, 여섯, 살때부터 희미한 기억이 있다.
물론 사진이나 어른들의 이야기를 맘대로 형상화 한 엉터리 기억들도
많을 테지만, 부정할 수 없이 또렸한 기억들은 국민학교(초등학교) 입학 때
부턴 꽤 생생하다.

척박했던 유년기를 지난 후 집안이 안정되어 부족함이 별로 없던 소년 시절을
지내고, 이유도  알 수없던(사실은 너무도 명확했던) 폭풍같은 사춘기를 보낸 난,
태풍이 쓸고간 후 남은 잔재와도 같은 청소년기와 청년 시절에,
너무 말라 바삭거려 작은 불씨에도 불 살라져 사라질 지 모를
내 모습을 지켜 내려 많은 방어기제들을 삶에 심어 두었다.

이유를 모를 억지 자존심이나 말도 안돼는 고집과,
비합리적인 감정선과 이성의 변두리를 두리번거리던
내 식의 합리성은 인간이 한참 무언가를 형성시켜야 하고
배워야 했던 시기를 적절치 않은 감성의 어둠의 물감으로 거칠게 붓질 하고 말았던
결과물이 되고 말았다.

스스로를 자학하며, 이른 휴학과 함께 군대도 일찍 가고,
해외로 도망하여 가장 바닥 생활을 겪기도 하며 소중한 20대와 30대를
소진했다.  세월은 스스로 많은 것을 해결하고, 혹은 적절히 타협하고,
혹은 포기 시켰다. 

그로부터 긴 세월이 지나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진 아무런 말씀을 못 남기시고 돌아가셨다. 우린 누구도 의식을 잃기 전
아버지의 모습을 본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유언 한 마디 못하시고 아버진 가셨다.
주변에선, 착한 두 아들과 아내와  남겨진 이런 저런 것들을 보며
아버지의 삶은 좋으셨을 것이라고, 호상이라고 위로하며 보내드렸다.

난, 아버지의 호흡이 끊어지는 마지막을 뵈며(아니 정확히 이야기 하면 정말
그런 상태인지도 몰랐던, 그저 의사의 선언에 따른..)
아버지의 역사가 남긴 것들을 상상했다. 눈물도 흐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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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생각 해 보면 내가 이 곳에 쓴 글들, 그리고 내 혼이 들어있는 몇 장의 사진들.
그리고 약간의 서툴지만 소중한 곡들 그리고 가족들과 친구들과 지인들..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서 정작 필요한 것은  간결한 묘비명 이외의 것이 무엇이겠는가..

참으로 허무한 짓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너무도 허무해서 그 것을 잊으려 다시 그 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더
덧 없기도 한 것일게다.

한 때, 내가 하고 있는 일로 무언가를 찾아보려 해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일조차도, 그 일을 만들고, 하고 있는 사람들 조차도 모두 소명감이나
자신의 입에서 나온 약속에 대해서 세월과 함께 빛 바랜 변명을 늘어놓기
바쁜 모습들이며, 그런 리더들의 세계에 대해 진심으로 즐겁게 칭찬해 줄
후배들은 이미 없다.

껍질과 허상의 것에, 그리고 확실한 줄 알았던  극히 불확실 해진 것에 이미 누구도
명철하고 빛나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그 들중 하나이고 .. 누굴 비판할 처지도 아닐게다.

그 와중에 2009년이 성큼 다가 섰다.

새해의 초두, 어느 날의 새벽 한 시간 쯤은 멀리 가는 시절를 위한 기도나, 새로 내 집을 들어선
시간을 위한 축도가 있어야 할 것같은 의무감에 또 다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 공간에
이렇듯 공허하고 반향없는 한 사람의 시간과 역사를 기록해 본다. 

내 손 글씨는 오늘도 변함없이 퇴화되고 있다.

무엇때문에 내 자신에게 그렇게 가혹하게 했었는지 .. 이젠 좀 그를 놓아 주자.  내가 아닌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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