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을 깎다.
손톱을 깎는 일이 이렇게 경이로운 일이었는가?
날카롭게 깎인 세로줄 선 내 손톱을
줄칼로 부드럽게 만들면서
나이를 먹는 것은 나이를 잊기를 반복하는
어리석은 아이들의 콧물 닦기 같아서
훅 훔치고 나면 다시 새살이 돋는듯한
그런 살짝 아프고도 상쾌한 작업.
이렇게, 이렇게 하루 하루를 느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희열인지.
절망과 패배를 겪고서야 더 또렷해 지는구나.
지치지 말자, 고개 떨구지 말자. 나를 둘러싼 공기가
너무 따스하다.
오늘도 취기어린 귀가가 아침을 기다리는 외침처럼 뒤척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