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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십년 팔월

Monologue

by liaison 2010. 8. 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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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Canon Canon DIGITAL IXUS 950 IS (1/60)s iso250 F5.5





종일

 

비가 내렸다.

지겹게도.

 

쫓아다니는 비의 향이

지난 1월 도로를 덮었던

엄청났던 흰눈과

오버랩이 되었다.

 

그 날 사무실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며

주춤거리고, 미끄러지지 않으려

하체에 힘을 꽉 주고

뒤뚱거리던

삶의 냄새가

 

오늘의 비의 향과 뒤섞였다.

 

지겨운 것은 그 것만이 아니었다.

 

방치해 두었던  차의 때는

그 세찬 비로도 스스로 깨끗해 지지 않았다.

내려가서,

걸레로 몸에 땀이 나도록 밀었다.

 

그제서야 진한 청색의

원래의 색이 예쁘게 보였다.

 

이런 제길, 스스로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나 빼놓고는, 모두 내 땀을 요구한다.

그럼, 나는?  나는 누구의 땀을 먹고 기생했나?

뭐든 별 것도 아닌 것에서 우울의 색을 읽는다.

팔월이 이제 이틀 밖에 안 남았다고?

 

내 삶에서 이천십년의 팔월은 이제 없어지는 거라고?


마흔 여섯도 이젠

 늙은 개처럼 측은할 뿐이다.

 

극단적인 이 여름은 겨울만큼이나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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