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비가 내렸다.
지겹게도.
쫓아다니는 비의 향이
지난 1월 도로를 덮었던
엄청났던 흰눈과
오버랩이 되었다.
그 날 사무실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며
주춤거리고, 미끄러지지 않으려
하체에 힘을 꽉 주고
뒤뚱거리던
삶의 냄새가
오늘의 비의 향과 뒤섞였다.
지겨운 것은 그 것만이 아니었다.
방치해 두었던 차의 때는
그 세찬 비로도 스스로 깨끗해 지지 않았다.
내려가서,
걸레로 몸에 땀이 나도록 밀었다.
그제서야 진한 청색의
원래의 색이 예쁘게 보였다.
이런 제길, 스스로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나 빼놓고는, 모두 내 땀을 요구한다.
그럼, 나는? 나는 누구의 땀을 먹고 기생했나?
뭐든 별 것도 아닌 것에서 우울의 색을 읽는다.
팔월이 이제 이틀 밖에 안 남았다고?
내 삶에서 이천십년의 팔월은 이제 없어지는 거라고?
마흔 여섯도 이젠
늙은 개처럼 측은할 뿐이다.
극단적인 이 여름은 겨울만큼이나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