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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넷째 주말.

Monologue

by liaison 2010. 5. 2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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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저녁엔,

4년만에 한국에 온 미국에서 함께 일했던 Adam이 오늘 돌아 가야한다고 해서 늦은 시간까지 김선배와 함께 술도 마시고 많은 이야기도 했다.

새벽에 겨우 돌아왔는데, 부처님 오신 날이라 장식한 연등 사이로 짙은 안개가 너무 좋아서

새마을 연수원에서 집까지 안개에 젖으며 걸어 돌아 왔다.

긴 거리를 걷다가 집으로 오니 안 그래도 몸살이 지속되던 차에 과음에 여러 일들이 겹치며 정말 힘겨워졌다 그치만, 공교롭게도

최근, 마무리 지어야 할 굵직한 거래가 아직 최종적인 정리가 안되어 집에서

계속 싱가폴과 일본, 독일쪽에 관련 서류를 핸들링하고, 전화를 하며 하루종일 방에서 보내버렸다.

내 일이긴 하지만, 지지부진한 상대가 꽤나 야속하다.

특히 이 번 일은 객관적 우위의 시스템과 좋은 가격이지만, 관행을 이유로 결정하지 못하는 보수적인 독일측의 여러 핑계들이 계속 결정을 미루고 있는 케이스다.

하루 종일 너무도 나를 지치게 했다. 하지만, 내일은 이년만에 낚시를 약속한 날..

참아내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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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마신 와인이 숙면을 방해하며 꽤나

뒤척이다 일어나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여니, 어제 예보되었던

굵은 빗줄기가 약속을 지키듯 세차게 땅을 적시고 있다

그 특유의 시원한 소리에 한참을 칠흙 같은 새카만 창을 주시하고 있었다.

요즘 내 처지 같은 칠흙 빛이라 생각 되었다.

시선을 정히 둘 곳이 없어서 두런두런 여기 저기를 둘러 보았다 차이가 없는 꼭 같은 어둠 그 자체였다.하지만, 그 곳이 나무였건, 아니면 굳은 땅 위였건

탁 탁 탁하는 빗방울 착륙하는 소리는 참 듣기 좋았다.

 

요즘 너무도 복잡한 이런 저런 일에 어제 낚시를 좀 다녀오려고 했다.

헌데, 그 마저도 너무도 어이없는 이유로 무산이 되었다. 그 과정이 무척 짜증스럽고, 화도 났다. 무척 스트레스를 느꼈던 토요일 오전..

전국이 비와 강풍이라는 예보에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떠났다면 이 세찬 비를 파로호의 계곡 깊은 곳 좌대에서 맞이할 수 있었을텐데..

별 빛 하나 없는 비오는 새벽의 좌대는 그야말로 찌위의 야광 케미의 빛과 그 주변의

튀는 빗 물 뿐인 광경이다. 너무 아쉽다..  

 

 

어느덧, 이년째 낚시 한 번 못가고 여름을 맞이 하고있다.

한국에 돌아와서 직장 생활을 한 십여년 하다 보니, 정말 별일이 다 생기고 있다.

물론, 내가 하던 일이 워낙 사업의 초기화와 안정을 시키는 일이 많았기도 했지만,

다양한 업종까지 넘나들며 일을 하다 보니 즐거움과 나름의 힘겨움이 늘 공존했다. 어쨌건

나 개인 보다는 회사를 최우선으로 여기며 지내온 그런 이십여년 이었는데,

내 세대는 그냥 그런 것이 몸에 배어있고, 워낙 그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성장하여

별 의문도, 우려도 없이 그저 내 일 열심히 하며 살아온 세월들이었는데..

 

애매한 상황에 처해진 것 같다. 누구에게 억울함을 호소해 본적도 없고, 그런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고,  누구에게도 폐 끼치고 싶지 않았고, 부적절한 일 한 번 만들어 보지도 않은 작은 자존심 하나로 살아왔는데

학생 시절을 마치고 사회에 나온지 20여년이 되어가지만, 이런 상황은 정말 흥미 없다.

 

사람은 누구나 환경에 의해 휘둘림을 당하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정말 재미 없는 상황이다.

결정을 해야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나 혼자 몸으로 살고 있다면, 어땠을까?

저 이런 상황 익숙치 않아서 다른 일 하겠습니다 하고 말 할 수도 있었겠지?

어린 나이가 아니니, 호기롭게 말 할 일은 아니어도, 적어도, 먹고 사는 문제에 내가 가진 신념이 다치진 않았겠지?

 

내가 지켜야 할 마지막 신념이나, 고집은 무엇인지..  많이 생각하게 된다.

참 괴로운 새벽이다.

 

빗 소리가 갑자기 잦아들었다.  섭섭하게.. 좀더 지속해 주지..

좀 더 강인하게 곧게 땅을 내려 치고 자극하여 그 속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에게도

생명의 박동과 습기를 전해 주고 좀 잡아 일으켜주지..

내게도 좀 더 곧고 직설적인 그 해법을 좀 더 들려주지..

 

아쉽다.

억울하고..

참 힘겹다.

 

빗 소리에 묻혔던 내 초라함이 이렇게 무거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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