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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

Monologue

by liaison 2011. 1. 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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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 본다.

한 여름 낮에 땀을 뻘뻘흘리며

언제 시작했는지 모르던 낮잠에서 불현듯 깨어나,

주위를 둘러보면

좀 전까지 내가 있던 생생한 꿈의 세계가

홀연히 사라져 버려 그 느낌이 너무 묘할 때가 있다..


꿈 같은 삶...










46년의 꿈 같은 삶..

어려서 듣던 一場春夢 이라는 말이 서서히 소름끼치게 실감나게 되는 밤..


어느새 2010년을 그렇게 황망히 떠나보내고,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5일이 지난 새벽...


지난 4일간 난 무엇을 하며 지낸것인가...

깨어는 있었던 것인가...











음울한 겨울저녁 해넘어가는 소리도 못들은채

지쳐 쓰러져 잠들기 바빴다가,

다시 새벽이면 온 몸이 예민해지고, 생각이 날카로와져,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아무것도 안 한채 누워있곤 했던 날들..











창가에 다가서는 아침은 이미 생동감이 아닌 소진의 끝이곤 했다.


마음이 언제나 '길'에 서있은 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어선 오늘

정말 떠나야 할 때가 언젠지 또 가늠하다

열차시각표 같은 삶의 의무에 떠밀려

다시 그 소스라치게 외로운 싸움터로 나간다.











고요한 그 공간을 나서는 내 어깨엔

이미 갈증과 허기로 내 의식을 송두리째 떠낸 짐승 두마리가 앉아있다.


생각해 보면 운명이라는 이유로는 설명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많다.

누렸는가? 아님, 이미 보내주었는가?


애초에 알았다고 생각 했던 모든것들이 안갯속 같은 30여년에 이르렀는데,

순진한 아이들의 생활계획표 따위란 이미 의미 없는 것이다.















신의 숨소리, 그림자에도 기대어보려하지 않는 이 자만은

또 한없이 약해져가는

자신을 패착으로 몰아가지만, 더 완고해지는 오만은 허상을 짓는다.

만약 내 삶이 무엇이었냐 묻는다면,

오늘은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좁은 머리속에 상상한 미로벽 속에서 담 밖을 볼 수없는 헤메임 이라고..

끝없는 고단함 그 자체라고,













돌파했거나 주저하는 그 자체라고 ..

그 것이 변화를 줄 수 있는것은 위안 뿐이라고.


한 점 기억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 때 난 가장 잊고 있었기 때문에

몰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숨소리가 자유로왔으니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금은

그래서 가장 고통의 시기일 것이다.














호흡도 벅찬 사람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웅성거림.
 
내가 손 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를


내 의식에서 의지라는 향기를 맡을 수 없는 이유를

오늘 새벽은 깨버려 줄지 모르겠다.


긴 겨울은 그 견고한 오한 만큼이나 땅과 하늘과 사람을 얼어붙게 한다.


이제 이 미로에는 출구가 없다는 것을


차라리 믿고싶다.


 






아아.. 참 미치도록 그리운 순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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