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오늘 새벽엔 저리 단정하게도 장맛비가 내리시는구나.
의식 몰래 머리를 빠져나간 별의 이야기처럼
가로등은 주광색 혼이 된다
초록잎이 무겁게 머리를 출렁이는 노래를
나무가 몸 전체로 부르고 있다
비는 핀잔하듯 눈치를 주고 생명은 먼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순간도 이렇게 흐름에 맡겨져 있구나
터질 듯 서러운 눈물은 가슴으로 흘러나오고
외려 눈동자가 담담한 새벽은
오늘과 내일의 애매함처럼 어려운 자세로
과장된 포즈를 취하며 취해간다.
총기 없는 삶의 한 가운데, 성의 없는 사진사가
영혼을 판다.
웃으며 찍히고 찍어주고는,
그리고 만원짜리 연민을 증거로 쥐어 쥐고는,
필름이 끊기듯 돌아서는 투명한 그림자
향기도 없이 죽어간 많은 들꽃에
만가처럼 하늘에 먼지로 뿌려진 사연 없는 허무들.
딱 하나의 공간과, 딱 하나의 숨결과, 딱 하나의 순수
버려진 인생은 딱 한,번의 실수를 천년처럼 후회하지만
그 또한 먼지 같은 별 빛.
장맛비, 이토록 차갑고 날카로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