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늦은 시간인데도 잠이 안오면
억지로 청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내게 마음이 오지 않는 사람에게
허탈한 프로포즈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일테니까요
머릿속에 잡념이 꽉 들어차
고운 생각이 들어갈 틈이 없을 때
굳이 잡념을 떨치려 머리 흔들고 괴로워 할
필요도 없답니다
잡념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잡념에 몰입 해
버리고 일관된 생각으로 만들어 버리면 되니까요
하지만, 마음과 머리에 아무런 생각도 없는데,
그저 빈 마음인데, 이렇게도 잠이 안오고,
또 허무하다면,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내 모습이
너무 불쌍합니다.
너무 불쌍합니다.
언제쯤이면 내 모습을 동정과 연민과 슬픔을 빼고서
바라볼 수 있을까요
언제쯤이면 초기기억처럼 각인되어, 내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저 악몽같은 과거로 부터
보기 좋은 날개짓으로 자유로와 질 수 있는 걸까요...
과연 그 날이 오기는 오는 걸까요?
너무 큰 꿈을 꾸는 것도 아닌데,
많은 것을 바라는 헛된 기도도 아닌데,
다시 돌려달라는 소망도 아닌데,
단지 평화를 얻고 싶을 뿐인데...
이 바램의 응답은 너무도 요원해만 보입니다
하루종일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많은 것이 널부러져
있는 거실 한 구석에서 자꾸 나를 위축 시키는 내가 싫어서
혼났습니다.
누구보다 당당하고
누구보다 장래성 있었고
누구보다 씩씩하게
웃을 줄 알았던
16살 이전의 모습으로
돌려보내 주시길....
기도 해야 합니다
그 기도에 내가 되려 지쳐 버릴까
두 손을 모으는 것조차
이젠 힘겨워
저만치 떼어 놓았던 내 가슴의
아주 작은 소망의 구석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고
다시 한번 소중히 보듬어도 보고
부끄러워도 세상앞에 다시
당당히 나서야 합니다
나를 이해한다는 사람들
나의 절친한 친구
또는 사람 좋은 많은 주변인들
결국 내겐 내 곁에 서있는
응답없는 인형들 이었지요
누가 진정 나를 알까요...
나를 이해해 줄까요
다시 되풀이 되는 허무한 잡념이
오늘도 늦은 밤 내 잠의 시간을 저 멀리
또 한번 쫓아 내어 버립니다.
잠 자고 싶습니다...깊고 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