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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새벽은.

Monologue

by liaison 2007. 11. 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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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그들은 본 것은 순전히 우연이 였지만,
내 시선을 한 참을 당겼다..
어설픈 춤으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만
참 열심히도 흔들어 내며
' 이거 됬어, 내가 된다니까... 할줄 알아..'
' 이 맛에 산다니까...'
  이 맛에 산다니까..

[PENTAX Corporation ] PENTAX Corporation PENTAX K10D (1/45)s iso400 F2.8


그리고는 아침 나는 철도 구석길을 한참 서성이며
많은 사진을 찍어댔다... 
앵글을 좀 극단적으로 잡아가면서..
사람들의 뒷모습 찍기.

[PENTAX Corporation ] PENTAX Corporation PENTAX K10D (1/178)s iso200 F2.8




[PENTAX Corporation ] PENTAX Corporation PENTAX K10D (1/250)s iso100 F2.8


난 뒷모습 찍기를 좋아하지.
그늘이 있고 서늘함이 있고,
앞 모습보다 단정적이지 않고,
많은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뒷모습.
쓸쓸함도, 활기로움도, 그리고 어떤이의
수십년이 정리된 얼굴도
뒷모습에서 읽지.


[PENTAX Corporation ] PENTAX Corporation PENTAX K10D (1/3333)s iso100 F2.8


그저 치달리고 있는 듯한 내 모습을
정지시켜 주는 것이 사진같아 좋다.
남을 찍으면서 나를 그려 보는 것이 좋고,
오래 지나 이 기억이 가물거릴 때 발견하면,
정말 무한히도 감회가 남다른 그 것이
사진 한 장이지.
그리워 어떤 땐 눈물이 도는 순간도,
그리고 그 시간을 메워줄 수많은 이야기와 상상도,
작은 사진 한 장에 난 4기가 보다 더 많이 입력해 둘 수 있지.


[PENTAX Corporation ] PENTAX Corporation PENTAX K10D (1/125)s iso100 F4.5



내가 너를 본건 그냥 너의 일상중의 뒷 모습이지만
이렇게 그림 한 장에 넣어 놓고 보니..
돌아와 앉은 이 책상 위에서
Ikebukuro 새벽 어느 육교위를 치고 지나갔던
찬 공기와 내 시렸던 가슴까지
그대로 놓아 둔다.

[PENTAX Corporation ] PENTAX Corporation PENTAX K10D (1/250)s iso100 F4.0

 

미셸 투르니에는 그의 책 '뒷모습'에서 '뒤쪽이 진실이다.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뒷모습이 담긴 사진들에 관심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가끔 들여다보며 위안 삼는

 사진들이 꽤 많이 있다. 사람 신체 구조에서 등만큼 솔직한 게 또 있을지.... 그래선가,. 타인의 등을

바라보면서 연민이 깊어지는 걸 보면... 속일 수 없는 나이를 제가 살아가고 있나보다.

 남의 등에서 느끼는 연민은 결국 자신을 향해 있는 것이겠지만, 생각해 보면 자신의 등을 바라보는

 일만큼 두려운 일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어서 눈이 와서 한계령 꼭대기에서 눈 맞고 싶은데..

언제쯤 눈이 또 내려주시려는지...

 

 


너무도 많은 것이 교차하는 순간들..
그리고 얻어맞은 듯 기억나는 오랜 친구들
그들과의 이야기들..
그곳을 찾아가도, 길위에서
한 조각이라도 줏을 수 있을지,
과연 얼마나 내 머릿속이 이런 것들로
사소하나마 살아가는 즐거움을 담아낼 수 있을지..
또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하루 하루의 일들이 경이와
감사함으로 채워질 수 있을지..

[PENTAX Corporation ] PENTAX Corporation PENTAX K10D (1/10)s iso400 F2.8


가슴 깊은 곳에서 더욱 깊은 곳에서..
상처내고 베어버린, 나로 인해서, 또 우리로 인해서
이기와 슬픔의 세상에 흑색과 백색만의 이론으로도 충분히
따뜻하게... 그렇게 살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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